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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마음 일기]
“이제는 기계가 손님을 받아줘야 하겠더라고요” – 영도 봉래동 어느 식당에서
2025년 6월 18일, 흐림.
가게 문 연 지 벌써 27년.
처음엔 미역국 하나로 시작해서 지금은 회덮밥도 팔고, 알탕도 끓인다.
단골은 여전히 찾아주지만,
요즘은 새로 오는 손님들이 뭔가 낯설다.
“사장님, 카카오페이 되나요?”
“QR로 주문할 수 있어요?”
그럴 땐 머쓱하게 웃는다.
“아이고, 우리 가게는 그런 건 몰라서요…”
그 말 한 마디에
손님이 피식 웃고 핸드폰을 넣는다.
괜히 마음이 찜찜하다.
동삼동은 변하고 있었다
얼마 전 동삼혁신지구 근처 분식집을 들렀다.
예전엔 우리 가게보다 한참 늦게 들어온 곳인데,
지금은 테이블마다 QR코드 붙어 있고,
포인트도 적립되고, 주문은 전부 태블릿에서 한다.
“사장님, 알바 줄이고 정산도 자동으로 돼요.
이제는 기계가 일하는 시대 아닙니까.”
그 가게 사장님은 이렇게 말했다.
한참 어린 친구였지만,
그 말이 부럽게 들렸다.
봉래동은 아직 옛모습이 남아 있다지만,
손님은 옛날처럼 머물러주지 않는다
골목마다 노포들이 많다.
오래된 가게, 익숙한 간판, 손맛 좋은 식당들.
그런데 요즘은 예전만큼 손님이 오래 머물지 않는다.
맛이 아니라, ‘불편함’ 때문에 발길이 끊기는 거다.
계산하려고 줄 서야 하고,
현금 없으면 되냐고 물어야 하고,
요즘 젊은 손님들, 그런 거 잘 참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결심했다
카드단말기 바꾸고,
간편결제 연동되는 포스기로 바꾸기로 했다.
QR은 아직 익숙하진 않지만,
“찍어만 주세요, 나머진 우리가 하겠습니다”
그 말 하나면 손님은 편해질 테니까.
예전엔 손님이 우리한테 맞췄다면,
이제는 우리가 손님한테 맞춰야 한다.
맛과 정성은 그대로 두고,
결제만 ‘지금 시대’로 바꾸는 거다.
영도구 동삼동, 봉래동.
정 많은 동네에도 바람은 분다.
이 바람 앞에서 우리는 너무 느려선 안 된다.
결제 시스템 하나 바꿨을 뿐인데
손님이 웃고,
가게는 조용해지고,
사장님은 밤 10시에 퇴근할 수 있게 됐다고들 한다.
나도 이제, 그 편한 길로 가보려 한다.
우리 가게는 그대로인데,
결제만 달라졌을 뿐인데
손님이 다시 와준다.
그게 지금, 내가 바라는 전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