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구군. 양구읍에서 동면으로 넘어가는 길은 조용하다. 논밭이 펼쳐지고, 군청 뒷길 작은 식당들과 로컬 카페들이 드문드문 눈에 들어온다. 겉보기엔 변화가 느리게 다가오는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아주 작은 것들이 달라지고 있다.
바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양구읍 시내에서 20년째 국수를 말아온 어느 식당에선 최근 무선단말기를 들였다. 처음엔 “이 동네에서 굳이?” 싶었지만, 생각보다 손님 반응은 빠르게 왔다. 특히 점심시간에 트럭 몰고 오는 기사 손님들이나, 외지에서 온 가족 단위 고객들은 “자리에서 바로 결제돼서 편하다”는 말을 남긴다.
가게 안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기존엔 계산대 앞에 줄을 서야 했고, 직원은 손님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였다. 지금은 주문이 끝나면 자리에 앉은 손님에게 무선단말기를 가져가고, 바로 다음 손님에게 넘어간다. 별것 아닌 변화 같지만, 사장님은 “피로도가 확실히 줄었다”고 말한다.
동면 쪽 동네 베이커리도 비슷한 흐름이다. 작은 공간에 매일 새로운 빵을 구워내는 이곳에서는 최근 포스기를 도입했다. 재고 정리가 어렵고, 어떤 메뉴가 언제 팔리는지를 감으로만 판단하다 보니 매번 애매한 재료 낭비가 생겼다. 포스기를 사용한 뒤론 주간 판매 패턴이 눈에 보이고, 남는 메뉴, 빨리 소진되는 메뉴 구분이 쉬워졌다.
“빵을 굽는 건 손으로 해도, 운영은 이제 숫자로 봐야 하더라고요.” 이 말엔 일하는 사람만이 느끼는 현실적인 무게가 담겨 있다.
또 하나, 이 지역 사장님들이 입 모아 말하는 건 카드단말기의 중요성이다. 양구라고 해서 현금만 쓰는 시대는 지났다. 청춘양구시장 근처에서 고로케를 파는 사장님은 “간편결제 안 되면 요즘 젊은 손님은 그냥 지나쳐요.”라고 말한다. 지금은 네이버페이, 제로페이, 지역화폐, 복지카드까지 지원하는 단말기가 아니면 결제 거절이 곧 매출 이탈로 이어진다.
작은 가게일수록 한 명의 손님이 소중하다. 결제에서 불편을 느끼게 해선 안 되는 이유다.
이따금 바람이 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양구의 골목. 하지만 이곳에도 조용한 변화는 분명히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포스기 한 대, 단말기 하나, 키오스크 한 기계가 누구보다 묵묵하게 일하고 있다.
결제 시스템은 단지 기술이 아니다. 이곳처럼 느리게 움직이는 지역일수록, 가게와 손님 사이를 부드럽게 연결해주는 작은 다리가 되어준다. 양구의 사장님들이 말없이 선택한 그것들이 지금 이 순간, 마을의 흐름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